경찰, 집회·시위 무력화용 ‘저주파 음향기’ 도입
입력2016.01.14. 오후 1:36 수정2016.01.14. 오후 2:04 기사원문
5급 간부 채용 경찰고시 신설
검·경 수사권 독립 장기과제 설정
경찰이 집회·시위 무력화 수단으로 인체에 유해한 ‘저주파 음향기’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미래비전을 발표했다. 또 5급 간부를 선발하는 경찰고시 제도를 신설하고, 수사는 경찰이 하고 기소는 검찰이 전담하는 수사권 독립을 장기과제로 제시했다.
경찰이 지난해 창설 70주년을 맞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미래전략대학원에 연구용역을 주고 작성한 ‘경찰 미래비전 2045’를 통해 “불법 폭력 집회·시위 대응 장비로서 시위대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저주파 음향기’ ‘초음파 위상배열 음향기’ 등을 도입하겠다”고 14일 밝혔다.
향후 30년간 경찰이 추진할 정책과제가 담긴 이 보고서는 스마트 치안활동의 일환으로 다양한 과학장비 개발 활동을 예고하면서 이 같이 설명했다. 경찰청 새경찰추진단은 이날 오전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새경찰추진자문위원회’를 열어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경찰 미래비전 2045’를 확정해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저주파 음향기에 대해 “인간이 20Hz 이하 주파수의 강한 음향에 놓이면 속이 울렁거리거나 심리적 불안 등으로 무력화 되는 점을 이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기기가 인체에 상당히 유해하다는 점을 알고도 도입 필요성을 역설한 셈이다.
이 보고서는 과학기술에 기반한 시위 대응장비 개발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참가자 안전에 위해가 되지 않으면서” “오남용 방지를 위한 통제장치 마련” 등의 부대조건을 달았지만 과도한 집회·시위 진압 분위기에 편승해 경찰이 오남용 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총기를 대체할 비살상장비 개발과 관련해서는 “범죄자를 무력화시키되 상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대체 장비로서 군과 같이 ‘탄소섬유탄’ ‘중성자탄’ ‘섬광탄’ 등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전략적 인적자원관리시스템 마련을 위해 경찰고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일반직 공무원 5급에 상당하는 경정 채용을 정례화해 경찰직을 희망하면서도 적절한 입직 창구가 없어 지원을 회피하는 우수인재 확보”라고 고시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경찰은 경찰대와 간부후보생 출신인 경위는 7급, 순경은 9급으로 각각 채용하고 있다.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는 6급인 경감으로 채용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사법·행정고시에 상응하는 고등고시를 도입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의식한듯 “채용 인원은 인력운용 상황을 고려하여 ‘필요 최소한도’로 선발하고 본청 등 기획부서에서 실무업무를 담당하는 기간을 필수적으로 부여”라고 단서조항을 달았다.
조직의 숙원인 ‘수사권 독립’도 향후 30년간 중점적으로 추진할 주요 정책과제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 사안을 장기과제로 천명한 것 자체가 사실상 수사권 독립에 대한 경찰 수뇌부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음향대포 안전성 검사 보고서? 괴문서일 뿐
미국선 '사람을 죽이지는 않는 무기'로 분류"
[토론회] 인권단체연석회의 주최... 음향·의학 전문가들 "인체에 치명적" 우려
10.10.08 18:30l최종 업데이트 10.10.08 18:35l 이주연(ld84)

▲경찰이 시위대 해산용으로 사용하려는 지향성음향장비(일명 '음향대포')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기동본부에서 열린 지향성음향장비 시연회에서 소음도를 측정하던 경찰이 귀를 막고 있다.
경찰이 도입하려하는 지향성 음향장비(LRAD·Long Range Acoustic Device)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경찰청 국정감사가 진행된 지난 7일, 야당 의원은 "경찰이 지향성 음향장비(일명 음향대포)를 도입할 경우 '멧돼지 퇴치기'로 사용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음향대포 도입과 다목적 발사기 확대 사용을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의학적, 법률적, 음향적 관점에서 음향대포의 문제점에 대해 꼼꼼히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8일 오전, 인권단체연석회의가 주최한 '경찰장비규정 개정안(지향성 음향장비, 다목적 발사기) 왜 문제인가?' 토론회에는 경찰측에서 음향대포 안전성 검사를 의뢰한 전문가라고 밝힌 성굉모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 교수가 참석해 "안전성 검사는 없었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당초 경찰은 음향대포의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자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에서 실시했다는 안전성 실험결과를 발표하며 120dB 이하의 소음강도로 짧은 시간 노출하면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홍보한 바 있다.
성굉모 교수는 "서울대 뉴미디어 연구소에서 측정한 것은 미국 제품 LRAD와 한국 제품 간의 지향성 특성을 비교 측정 한 것"이라며 "이 측정은 안전성 검사가 아니었으며, 공식적인 절차에 의한 측정도 아니고 결과물 역시 공식적인 연구 보고서가 아닌, 일종의 괴문서"라고 밝혔다. 연구소에서 한 실험이 아닌 성 교수 개인의 이름으로 낸 측정이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성굉모 교수는 경찰 측이 지향성 음향장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로 다음 날인 지난 달 29일,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았음을 밝힌 바 있다.
성 교수는 "공격 모드로 사용할 경우 무기에 준하는 장비인데 이러한 무기에 대한 안전성 검사라는 게 말이 되냐"며 경찰의 해명을 전면 반박했다.
경찰의 거짓해명이 논란이 되자 조현오 경찰청장은 7일 경찰청 국감자리에서 "총기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못하듯, 음향대포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았다"며 "홍보실에 실수를 한 것 같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비싸고 공격성 뛰어난 미국의 음향장비 선택한 경찰

▲장세환 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현오 경찰청장이 시위진압에 도입하려는 '음향대포'의 안전성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 권우성관련사진보기
성 교수는 이날 토론회 자리에서 음향장비 측정 결과에 대한 상세한 내용도 전했다. 그는 지향성 측정 결과에 대해 "미국 제품과 한국 제품의 지향성 차이는 뚜렷하지 않았다"며 "원거리 음성 전달에는 한국제품이 더 적합했고, 공격용 톤 발생에는 미국 제품이 적합했다"고 밝혔다. 가격 면에서 비교하자면 한국 제품이 미국 제품보다 30%가량 싼 상황. 결국 경찰은 싼 국산 제품 대신 비싸고, 공격성이 뛰어난 미국 제품을 선택한 셈이다.
이 선택의 영향은 경찰 자신에게도 돌아갈 예정이다. 성 교수는 "현재 개발된 음향장비들은 '지향성'이 완벽하지 않아 소리가 분산 된다"며 "이 때문에 장비 뒤편에서 발사를 하는 경찰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음향대포 뒤편 1m 거리에서는 127dB의 소음에 노출될 수 있다. 음향대포를 맞는 시민뿐 아니라 쏘는 경찰의 안전성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미국방부에서는 음향장비를 '사람을 죽이지는 않는 무기'로 분류한다"며 "근거리에서 큰 소리에 노출되면 대단히 위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토론회에 참석한 최은아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결국 국민이 낸 세금을 국민을 향한 공격 장비 사용에 쓴다는 것"이라며 "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전쟁무기에 가까운 이 장비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총 4대의 음향대포를 들여오기 위해 2억 3000만 원의 예산을 쓸 예정이다.
"다목적 발사기는 사실상 살상무기"

▲'지향성 음향장비 왜 문제인가' 토론회가 8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렸다. ⓒ 이주연관련사진보기
토론회 자리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음향대포 외에 경찰이 사용 범위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다목적 발사기에 대한 위험성도 제기됐다.
백남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은 "2000년 이스라엘 경찰이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을 사용해 다목적 발사기를 발사했을 때 200명 가량이 외상을 입었고 이 중 39%가 관통상을 입었다"며 "2명은 안구관통상으로 사망에까지 이르렀다"고 밝혔다.
백 국장은 "다목적 발사기로 발사 가능한 고무탄, 압축스펀지탄, 최루탄 중 가장 안전하다는 고무탄조차 폐, 심장에 충격을 주고 관통상을 유발한다"며 "다목적 발사기는 살상무기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인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다목적 발사기의 사용 범위가 대폭 넓어지게 된다는 점이 문제다.
경찰은 대간첩 대테러 작전
에 쓰던 이 장비를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는 건물·시설에서 무기·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여 경찰관의 정당한 공무집행에 항거하는 사람들의 진압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게
경찰장비규정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위험한 물건', '정당한 공무집행에 항거'라는 모호한 표현이 장비 사용의 남용을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변호사는 "한 경찰은 라디오 방송에 나와 '위험한 물건'에 케이크 절단용 칼도 포함된다고 한 바 있다"며 "비어있는 건물에 들어가 깜짝 파티를 하며 케이크를 자르고 있는데 경찰이 문제를 제기했을 경우 나가지 않겠다고 버티면 다목적 발사기를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음향대포#조현오#다목적 발사기